안녕하세요. 10년 차 자영업자입니다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시거나, 혹은 지금 매장을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들.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혹시 손님은 없고 재고만 쌓여가는 주방을 보며, 혹은 굳게 닫힌 철문을 내리며 "그냥 다 접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신 적 없으신가요.
저도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자영업이 '자유'로워 보인다고 하지만, 사실은 365일 24시간 매장에 묶여있는 '가장 부자유스러운 직업'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정말 가게 문을 닫고 싶었던 제 인생 최악의 순간 TOP 3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어떻게 버텨냈는지 솔직하게 공유해 보려 합니다.
1. "사장님, 돈이 비어요" - 믿었던 직원의 배신
자영업 사장에게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면 전 망설임 없이 '사람 문제'라고 말합니다. 특히 요식업은 손발이 맞아야 하는 주방 일과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홀 서비스가 전부이기 때문이죠.
제게도 정말 가족처럼 믿었던 매니저급 직원이 있었습니다. 오픈부터 1년 넘게 함께 고생하며 매장을 키워왔고, 제 개인적인 사정까지 다 터놓을 정도로 신뢰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포스기 마감 금액이 미묘하게 맞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실수했나?' 싶었죠.
하지만CCTV를 돌려보고 나서 손이 떨렸습니다. 가장 믿었던 그 직원이 하루에 몇만 원씩, 야금야금 돈을 빼돌리고 있었습니다. 돈보다 무서운 건 '배신감'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매장 문을 닫고 텅 빈 홀에 혼자 앉아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나" 자책감에 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 직원은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저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가족 같은' 관계가 아니라, 명확한 '규칙'과 '시스템'이 매장을 지켜준다는 것을요.
- 즉시 재고/현금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 포스(POS) 업체를 통해 재고와 매출이 100% 연동되는 시스템으로 바꿨습니다.
- 권한의 분리: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마감/발주/현금 관리를 철저히 분리했습니다.
- 감정적 거리두기: 직원은 '동료'이지 '가족'이 아닙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했습니다.
2. "이딴 걸 음식이라고 파냐?" - 쏟아지는 악성 리뷰
요즘 자영업자는 손님뿐만 아니라 '배달 앱'과도 싸워야 합니다. 특히 얼굴 없는 그림자 뒤에 숨어 날아오는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는 사장들의 멘탈을 박살 내는 주범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배달 주문이 폭주했고, 주방은 전쟁터였죠. 라이더 배차가 1시간 넘게 지연되면서 음식이 식어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잠시 후, 배달 앱에 1점짜리 리뷰가 달렸습니다.
"X발, 개밥을 보내놨네. 장사 접어라."
단순히 음식이 식었다는 불만이 아니었습니다. 제 인격과 가게 자체를 모독하는 욕설이 가득했죠. 그 리뷰 하나 때문에 그날 밤 매장 평점은 곤두박질쳤고, 신규 주문이 뚝 끊겼습니다. 정말이지... 그 키보드 몇 글자에 제 모든 노력과 시간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리뷰를 지우고 싶어 앱 본사에 수십 번 전화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주저앉을 순 없었죠.
- 솔직하고 정중하게 사과 (단, 팩트만): 감정적으로 맞서지 않았습니다. "배달 지연으로 음식이 식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절대 재료를 속이거나 정성을 빼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꼭..."이라며 정중하게 사장님 댓글을 달았습니다.
- 더 많은 '진짜' 리뷰 쌓기: 다른 손님들에게 호소했습니다. 매장 방문 손님, 단골손님께 "저희가 이런 일로 힘든데, 괜찮으시다면 솔직한 리뷰 하나만 부탁드린다"라고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 악플을 덮는 선플: 진심은 통하더군요. 며칠 뒤, 5점짜리 리뷰와 "사장님 힘내세요", "전 맛있게 먹었어요"라는 응원 리뷰가 쌓이면서 그 악성 리뷰는 자연스럽게 묻혔습니다.
3. "월세 내고 나니 0원" - 팔아도 남지 않는 장사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뼈아픈 순간입니다. 분명 매일같이 불나게 일하고, 손님도 꽤 있는 것 같은데, 월말에 세금계산서 끊고, 월세 내고, 직원 월급 주고 나면... 정작 사장인 제 통장에는 남는 게 없는 순간이죠.
코로X가 한창일 때였습니다. 식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배달 수수료는 미친 듯이 비싸졌죠. 홀 손님은 없는데 배달 주문만 겨우 들어왔습니다. 분명 매출은 월 1,000만 원이 넘게 찍히는데, 원가(식자재, 수수료, 포장비)가 60%를 넘어가더군요.
거기에 월세, 관리비, 인건비까지... 12시간 넘게 뼈 빠지게 일한 제 인건비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였습니다.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나', '이럴 거면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습니다.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똑똑하게' 남겨야 했습니다.
- 메뉴판 대수술: 모든 메뉴의 원가를 1g 단위까지 다시 계산했습니다. 마진이 안 남는 '미끼 메뉴'는 과감히 없애거나, 가격을 현실화했습니다.
- 객단가 높이기: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세트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마진이 좋은 음료나 사이드 메뉴를 묶어 팔아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썼습니다.
- 고정비 줄이기: 1인 창업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동선을 재정비하고, 불필요한 전기를 아끼는 등 '새는 돈'을 막는 데 집중했습니다.
2025.11.05 - [자영업자 요식업 창업] - "남는 게 없어요" 소규모 식당 순수익 높이는 원가율 계산법과 마진 확보 전략
"남는 게 없어요" 소규모 식당 순수익 높이는 원가율 계산법과 마진 확보 전략
매출이 늘어도 통장에 돈이 안 남는 사장님들의 비밀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가장 답답할 때가 바로 '매출은 괜찮은데 통장에 돈이 안 남을 때'일 겁니다. 손님은 많은데, 인건비와 재료비
startups.leena-land.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섭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매장 한구석에서 다음 날 장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사 접을까?" 하는 생각은 어쩌면 자영업자에게는 감기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일 다시 문을 연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장님. 지금 어떤 어려움 속에 계시든, 사장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전쟁터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영업자 요식업 창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실패담] 요식업 초보 사장이 100% 망하는 지름길 3가지 (제발 이것만은 피하세요) (0) | 2025.11.14 |
|---|---|
| 요식업 창업,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단 하나의 절차’ (0) | 2025.11.14 |
| [네이버 플레이스] 최상단 노출 공식: 이것 모르면 돈 버리는 식당 마케팅 (0) | 2025.11.05 |
| "남는 게 없어요" 소규모 식당 순수익 높이는 원가율 계산법과 마진 확보 전략 (0) | 2025.11.05 |
| 초보 사장님을 위한 요식업 세금 총정리 (세금 폭탄 피하는 절세 꿀팁) (0) | 2025.11.04 |